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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이야기. 나쁜 집과 좋은 집

출처 : 썰워스트 ( www.ssulwar.com )
결혼 후, 3년 6개월 가량의 이야기 입니다.
 
 
이사를 하여 지금이 결혼 후 두 번째 집인데요, 첫 번째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조금 깁니다).
 
 
제가 결혼을 할 때는 경기도의 아파트 전세 값이 8천 대에서 막 1억으로 치솟을 땝니다.
아마도 이 시기에 전세 값이 가장 크게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 집을 구하는 일이 정말 어려워서, 결혼을 해야 하나? 라는 고민 까지도 갔었죠.
결국 저는 본가에서 시 경계가 딱 넘어가는 외딴 곳에 거처를 마련 했습니다.
가격도 쌌고, 평수도 넓기도 했으며 새로 지은 신축 아파트였습니다.
주인도 살아보지 못한 집이었던 것이죠. (투기 목적으로 산 것 같습니다).
 
결혼 전 부터 짐이 하나 둘 씩 들어오고 보금자리가 마련 되었습니다.
식을 올리고 본격적으로 함께 살면서부터 첫 번째 집에 하나 둘씩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예상 못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덩치도 크고 별로 겁이 없는 편입니다.
제 아내는 '쥐'나 '벌레' 따위는 무서워 하고 약간 예민한 성격입니다.
하는 일이 둘 다 '작가' 입니다.
저는 영화나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쓰는 일을 하고 있고, 아내는 순문학 소설가 지망생이지요.
저희 둘은 직장 다니시는 분들에 비하면 예민(감수성 쪽으로)한 편이고, 연기자나 순수 예술가에 비하면 수더분한 편 입니다.
경제 활동은 주로 제가 했는데, 대체로 집에서 작업 하여 저희는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첫 번째 집에 대해 묘사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볕이 잘 들지 않고 덜 마른 느낌의 습기가 있는 집이었습니다.
습기에 대한 기억은 때론 소름 끼칠 정도로 드라이하기도 하고, 때론 몹시 눅눅한 공기가 떠 다니기도 했지요.
처음에 한 두 달은 그것에 대해 별로 인지 하지 못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거지요.
 
어느 날 이었습니다.
 
아내가 외출 할 일이 있어 밤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집에 혼자 있었지요.
밤이 되어 안방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방 안은 어두웠고, 시각은 저녁 아홉시 정도로 늦은 시각이 아니었습니다.
 
자고 있는데, 누가 제 뺨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렸습니다.
자면서도 아내가 벌써 왔나? 몇시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늦은 시각도 아니니 깊은 잠에 빠져있지 않았거든요.
 
톡톡-
같은 강도로 (아프지도 간지럽지도 않은 선명한 촉감) 또 제 뺨을 두드리더군요.
눈을 떴습니다.
순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누워있다가 눈을 뜨니 왠 여자가 침대 맡에 허리를 숙이고 서서 제 코 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더군요.
 
놀랐습니다.
이게 꿈인가?
 
꿈도 아니고 가위도 아니더군요. 도둑도 아니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여자의 얼굴은 바로 눈 앞에 있어서 너무 크고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그냥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이지도 않으며 저를 보고 있더군요.
 
저는 당황했고, 몇 초의 시간이 몇 십 분 처럼 느껴졌습니다.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정신도 없었습니다.
눈을 감고 있다가 용기를 내어 다시 눈을 떴죠.
 
눈을 떠보니 여자는 안방 욕실 문 앞, 화장대 앞에 서있었습니다.
저는 어두운 방에서 그 여자를 한 참 지켜봤습니다.
아내의 화장대 앞에 선 여자는 무슨 냄새라도 맡는 것인지, 아내가 화장대 의자에 걸쳐 놓은 스카프며 수건이며, 집에서 입는 티셔츠 따위를 만지작거리더군요. 그 태도는 신기한 것을 구경한다기 보다는, 매우 소극적이며 시니컬하였습니다. 뾰로통 해 보였습니다.
저를 깨우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화장대 쪽으로 훌쩍 가서 아내의 물건을 보는 데 그 여자의 집중력이 확 느껴지더군요.
'나는 지금 이게 관심 있다' 라고 하듯이....
 
뭐 이런...... 저는 너무 당황했습니다. 보통 눈 떴을 땐 사라지곤 하잖아요...;;;;;
 
 
그렇게 안방 곳곳(주로 아내의 물건들에 관심을 보이며)을 배회하더니 방 밖으로 스륵 나가버렸습니다.
문을 밀고 나간 것으로 기억 합니다. 물리적으로 사람이 문을 열고 나가 듯이....
 
다시 한 번 묘사를 해 보자면, 볼을 감쌀 정도 길이의 흑발에 옷은 하얀색 이었습니다.
그 옷은 여자들이 예쁘게 보이거나 멋을 부리기 위한, 즉 외출복은 아니었다고 판단 됩니다.
소복은 아니었던 것 같고, 면에 풀을 먹인 질긴 이불 호청 같은 것으로 만든 질감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발 끝 까지 내려 오는 긴 옷이었습니다.
키는 대략 164-7 정도 되는 중키를 웃도는 정도였고, 얼굴은 미인형으로 나이는 대략 20-22 사이. 적게 보면 17-19 까지도 보였습니다.
눈이 아주 예뻤고, 입술이 도톰 했으며 이마는 동그랬습니다.
얼굴은 젊은 여자처럼 통통 했는데, 몸은 하늘하늘한 느낌이 들었네요.
 
어쨌건 여자는 안 방을 나갔고.... 저는 멍청하게 누워서 한 참 생각을 했습니다.
분명히 꿈은 아니었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든 저는 리모컨으로 안 방 불을 켰습니다.
여자가 방을 나간지라 밖으론 못 나가겠더군요. 그렇게 일어나서 침대에 무방비로 앉아있었는데, 아직도 그 여자가 제 뺨을 톡톡 건드린 촉감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방을 나와 거실에 나오자마자 잽싸게 온 집안의 불을 켰습니다.
여자는 없었고, 누가 집에 들어온 흔적도 없었습니다.
 
 
다음 날 돌아올 아내에게 뭔가 얘기할까 했지만, (문자라도 보낼까 했지만) 괜히 그런 얘기 했다간 가뜩이나 시골 같은 데다 신혼 집 차려준 것도 미안하고, 아내가 밤새 잠을 못 잘 것 같아 그만 두었습니다. 물론, 그 날 저는 대낮이 될 때 까지 잠을 못 잤습니다. (안방을 안 들어갔습니다).
 
그때 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집의 이상한 일들이 말이죠.
 
 
결혼을 하신 분은 아시겠지만, 신혼 때는 목각으로 된 원앙도 진열해 놓습니다. (폐백 때 받는 겁니다).
그것의 부리를 서로 포개어 DVD 우퍼 스피커 위에 올려놨었죠.
부부 간의 사이가 화목하라고 하는 거라더군요.
 
어느 날 아내가 아침에 뜬금 없이 말했습니다.
'저 원앙 말이야'
'그게 왜?'
'부리가 자꾸 벌어지네. 자기 전에 포개 놓고 아침에 눈 뜨면 꼭 벌어져 있단 말이야'
 
그 말을 듣고 보니, 목각 원앙의 부리는 관성 때문에 자연히 벌어졌다고 보기엔 너무 벌어져있었습니다.
부리 사이엔 손가락 세개 정도 들어갈 틈이 있었죠.
마치, 사이 좋은 원앙을 본 누군가가 기분 나빠서 확 찢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히 그 여자 짓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부터 저는 원앙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마다 눈 뜨면 원앙 부터 보았죠.
일부러 포개 놓은 원앙의 부리는 아침이면 어김 없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둘 씩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기 시작 했습니다.
 
첫 번째 제가 살았던 문제의 그 집은 볕이 잘 들지 않기는 하나, 깨끗한 집이었습니다.
아무도 살지 않았던 집에 온통 새 살림이 깨끗하게 정돈 되어 있으니 지저분할 일이 없죠.
 
그런데, 거실 구석에 가만히 서서 집을 바라보면.... 뭔가 제 눈엔 엄청나게 지저분해 보인다는 겁니다.
뭔가 형언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어질러져 있는 느낌. 가까이 가서 뭔가를 치우려고 보면 또 깨끗하고...
멀리서 보면 너무 어질러져 있는 것 같아서 머리가 혼란스러운... 그런 느낌이었죠.
 
게다가 결정적으로 정말 미스터리한 일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 주방이 너무 어질러지는 겁니다.
두 사람이 음식을 해 먹고 먹고 나서 치우고 하면 사실 주방이 지저분할 일이 없죠.
그런데 아무리 치우고 닦고 정리정돈을 해도 왠지 더 어질러지는 느낌인 겁니다.
 
'이 집은 참 이상해. 주방을 계속 치우는 데, 왜 이렇게 어질러진 느낌이지?'
 
 
그렇게 이 집의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있을 때 쯤, 저는 어떤 일을 계기로 심각함을 느껴버렸습니다.
 
어느 날 밤이었고, 저는 침대에 아내와 나란히 누워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침대 안 쪽 벽 가까이에서 자고, 저는 수시로 화장실을 갈 수 있게 침대 바깥 쪽에 누워 자고 있었죠.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왠 할머니가 제 오른쪽 귀에 대고 엄청난 괴성을 지르는 겁니다.
 
'일어나!!!!'
 
저는 순간 고막이 나간 듯 귀가 멍멍하여 벌떡 일어났습니다.
제 귀에 소리를 지른 할머니는 온데 간 데 없고, 아내는 너무 잘 자고 있더군요.
 
아, 정말 미칠 노릇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저는 정말로 안 방을 꺼리게 되었습니다.
최대한 거실과 서재에서 지내다가 어쩌다가 안 방에 들어가 잠이라도 자게 되면, 어김 없습니다. (밤이고 낮이고).
잠만 들만 하면 할머니가 제 귀에 대고 소리를 질러 대고 욕을 해대는 통에 돌아버리겠더군요.
 
그래서 결국, 아내에게 말을 했습니다. (할머니가 잠을 깨운다는 것만 이야기 했습니다).
아내는 담담하게 대답하더군요.
 
'나도 그런 일을 겪은 건 아니지만, 왠지 그런 것 같더라. 느낌이'
 
 
제가 아내에게 털어 놓은 이후부터 일은 아내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은 제가 엄청나게 아픈 적이 있었습니다.
 
뭘 잘 못 먹었는지 장이 꼬이고 배가 부풀어서 응급실 실려가기 직전이었는데, 아내가 쓰는 전기매트 위에서 등을 지지며 계속 버텼죠.
이러다 말겠지 싶어서....
밤새 끙끙 앓고 아내가 간호를 해 주었습니다.
제가 잠을 자야하니 불은 껐고, 아내는 옆에서 자다가도 일어나서 계속 제 상태를 체크해 주었죠.
저는 밤새 아팠습니다.
 
다음 날, 저는 그나마 상태가 호전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그제야 얘기를 하는 겁니다.
 
내용인 즉, 아내가 제 옆에서 간호하다가 쿵쿵- 소리가 나서 잠이 깼답니다.
무슨 소린가 하여 저를 보니, 제 배 위에서 왠 처녀가 널 뛰듯이 두 발로 제 배를 콩콩 밟고 있더라는 겁니다.
제 배를 신나게 밟고 튀어 올라서 자기 머리가 천장이 쿵쿵- 찍히더라는 겁니다.
 
아내는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 했는데, 막상 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앓고 있고... 무슨 소리라도 내면 처녀가 자길 쳐다볼까봐 그냥 있었답니다.
너무 너무 신나게 제 배위에서 널을 뛰어 대는 것이 기가막힐 정도였다는 겁니다.
 
저는 그 여자에 대해서도 아내에게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아내는 자기가 본 처녀를 묘사 했는데, 딱 제가 본 그 여자더군요....
 
 
와, 그 얘기까지 들으니 이 놈의 집이 정나미가 뚝 떨어졌습니다.
안 되겠다, 이거 빨리 집 내놓고 이사가야겠다.... 결심을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낮과 밤을 의도적으로 바꿔서 생활 했습니다.
낮에 자고, 밤에 일하든지 놀든지.. 아니면 되도록이면 밖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죠.
아내는 괜히 이 일을 부모님들께 얘기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희가 경제적으로 상당히 곤궁한 상태였기에, 현실적인 고민이 더 컸습니다. (일이 유난히 안 되는 시기였습니다).
 
 
처갓집이 당진 시골이었고,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일요일 마다 성당에 가서 처가 부모님들과 미사를 했습니다.
제가 냉담 중이긴 했지만, 그래도 천주교 세례도 받아서 거부감은 없었죠.
결혼식도 성당에서 올렸으니 뭐...
 
 
하루는 거기 시골 성당에 새로 오신 젊은 신부님과 미사가 끝나고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저희 집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신부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팔목에 거는 묵주를 축성하여 저와 아내에게 선물로 주시더군요.
효험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은 편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더군요).
 
저희 부부는 집 때문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세수 할 때 빼고는 묵주를 팔에서 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왠 걸.... 전처럼 그런 일이 없는 겁니다.
 
재미있게도, 안 방에는 기웃거리지 않는데 거실, 주방 이런 곳에서 소음이 내더군요.
그릇을 땅땅 치고, 커튼을 신경질적으로 흔들고, 의자를 들었다 놨다... 어쨌건 방에는 절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소음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다행이었습니다.
(저희가 얼마나 시달렸으면, 뭔 소리가 나건 말건 방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것에 행복을 느꼈겠습니까).
 
 
그러다가 제가 방송국에 잠시 들어가 드라마 작업을 할 일이 생겼습니다.
(별로 원치 않던 일이었습니다. 단지, 생활고를 면하려 했던 거죠. 저는 영화 작가인데, 드라마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참 괴로웠습니다).
어쨌건 저는 몹시 바빠지기 시작 했습니다.
 
집이 외곽에 있다보니 차 편이 없어서, 저는 차를 끌고 출 퇴근을 했습니다.
(드라마 대본 쓰는 일이 워낙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서 거의 매일 출근 했네요).
 
제가 주로 이용하던 도로는 봉담 과천 고속화도로였습니다.
 
당시, 방송국 보다는 강남 학동역 부근에 있던 드라마 제작사로 출근을 했었는데요.
아침에 출근 했다가, 새벽에 잠깐 눈 붙이고 다시 출근 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날도 밤에 들어왔다가 새벽에 다시 출근을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짜증이 많이 나 있었죠).
그런데.... 운전을 하다가 룸미러를 보니 뒷자리에 그 할머니에 앉아있는 겁니다.
 
순간, 잠이 확 깨더군요.
 
그 할머니는 제가 잠들만 하면 귀에 대고 일어나라고 소리 지르던...
아무렇지도 않게 뒷자리에 앉아서 차창을 보는 그 할머니는 뭐가 화가 났는지 계속 궁시렁 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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